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어떤 작품은 러닝타임 내내 눈을 떼기 힘든데, 어떤 작품은 영상도 세련됐고 배우 연기도 괜찮은데도 이상하게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있죠. 그 차이를 가르는 핵심 중 하나가 바로 갈등을 어떻게 설계했는가, 즉 컨플릭트 디자인입니다. 이 글에서는 시나리오나 영화 연출을 공부하시는 분들, 서사 구조를 깊이 이해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갈등 중심 드라마의 원리를 기초부터 차근차근 풀어보려 합니다. 편하게 읽으시면서,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작품들을 함께 떠올려 보시면 이해가 훨씬 쉬워질 거예요.
목차
아래 목차 순서대로, 개념 → 구조 → 장면 → 사례 → 실전 체크리스트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했으니, 차근차근 따라오시면서 자신의 작품에 바로 대입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갈등 중심 드라마란 무엇인가
컨플릭트 디자인은 말 그대로 갈등을 디자인하는 일입니다. 단순히 인물들이 싸우거나 다투는 장면을 많이 넣는다는 뜻이 아니라,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갈등 축을 설정하고, 그것을 점진적으로 심화시키는 설계 방식을 의미합니다. 관객이 이야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긴장감과 인물의 선택을 지켜보는 재미 때문인데, 이 모든 것이 갈등 구조 위에서 작동합니다. 결국 갈등 중심 드라마란, 캐릭터의 욕망과 그것을 가로막는 힘들의 충돌을 중심축으로 삼아 플롯과 장면을 조직하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갈등 중심 드라마가 어떤 요소들로 구성되는지 표로 한 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 핵심 요소 | 설명 |
|---|---|
| 주요 욕망 | 주인공이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 물리적 목표든 관계적 목표든, 명확하고 측정 가능해야 관객이 따라가기 쉽습니다. |
| 내·외적 장애 | 주인공의 외부 상황(사회, 규칙, 타인)과 내부 요인(트라우마, 가치관)이 목표 달성을 방해하며 긴장을 만들어냅니다. |
| 점진적 심화 | 갈등이 같은 레벨에서 반복되지 않고, 매번 조금씩 더 어렵고 위험한 상황으로 확장되도록 설계합니다. |
| 돌이킬 수 없는 지점 | 인물이 더 이상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 선택의 순간으로, 갈등 중심 드라마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갖는 지점입니다. |
갈등 중심 드라마를 설계한다는 것은, 인물이 무엇을 잃을 수 있는지를 명확히 하고, 그 손실의 위험을 점점 더 크게 키워가는 작업이라고 이해하시면 한층 수월해집니다.
핵심 포인트:
멋진 대사나 스타일리시한 연출보다 먼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갈등이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설명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한 문장이 컨플릭트 디자인의 출발점입니다.

캐릭터, 목표, 장애의 설계
컨플릭트 디자인의 실제 작동 지점은 결국 캐릭터입니다. 인물에게 얼마나 강렬한 욕망을 부여하느냐, 그 욕망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느껴지느냐에 따라 전체 드라마의 힘이 달라집니다. 여기에 더해, 그 욕망을 가로막는 장애가 얼마나 입체적이고 필연적으로 느껴지는지도 중요합니다. 장애가 단순한 우연이나 작가의 편의로 보이면, 관객은 금방 긴장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캐릭터 설계의 관점에서 갈등 구조를 평가하는 간단한 “벤치마크표”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실제 수치가 아니라, 작업 중에 스스로 점검해 볼 수 있는 체크 기준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 점검 항목 | 좋은 설계 | 아쉬운 설계 |
|---|---|---|
| 캐릭터 욕망 | 욕망의 이유가 과거와 성격으로 충분히 설명되며, 관객이 공감하거나 이해할 수 있다. | 단순히 플롯을 진행시키기 위한 목표로 보이며, 왜 그렇게까지 원하는지 불분명하다. |
| 외적 장애 | 인물의 세계관, 사회 구조, 타인과의 이해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 우연한 사고, 편리한 설정이 반복되어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
| 내적 장애 | 트라우마, 신념, 결핍이 행동을 끊임없이 뒤틀어 갈등을 심화시킨다. | 성격이 장면마다 달라 보이고, 위기 상황에서만 갑자기 등장한다. |
| 선택의 강도 | 각 위기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도 상실이 발생해, 관객이 함께 고민하게 된다. | 정답이 너무 분명해 갈등이 아니라 미션 수행처럼 느껴진다. |
시나리오를 쓰다가 “이 장면이 왜 이렇게 밋밋하지?”라는 느낌이 들 때, 위의 항목을 기준으로 캐릭터의 욕망과 장애를 다시 채점해 보세요. 대사를 바꾸거나 장치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보다, 욕망과 장애의 충돌 구조를 다시 세팅하는 쪽이 훨씬 큰 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갈등의 유형과 레벨 쌓기
갈등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무게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캐릭터 내부에서 일어나는 내적 갈등, 인물들 사이의 관계 갈등, 사회나 시스템과의 구조적 갈등처럼 서로 다른 레벨의 갈등이 겹겹이 쌓일 때 드라마의 밀도가 높아집니다. 컨플릭트 디자인에서는 이 레벨들을 의식적으로 나누고, 어떤 단계에서 어떤 갈등을 전면에 배치할지 설계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작업에 바로 쓸 수 있도록, 갈등 레벨을 설계할 때 점검해 보면 좋은 체크포인트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갈등 레벨 체크리스트
1. 내적 갈등: 주인공의 두려움, 죄책감, 신념이 서로 충돌하는가?
2. 관계 갈등: 가까운 사람과의 이해관계, 사랑과 의무 사이의 충돌이 드러나는가?
3. 외적 갈등: 사건, 규칙, 시간 제한 등 눈에 보이는 압박이 충분한가?
4. 구조적 갈등: 계급, 제도, 시대 상황이 인물의 선택을 제한하고 있는가?
5. 레벨 간 연결: 작은 갈등이 점점 더 큰 차원의 갈등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되어 있는가?
6. 절정 설계: 마지막에는 어떤 갈등 레벨이 최종적으로 폭발하는가가 명확한가?
TIP: 초고 단계에서는 우선 하나의 갈등 레벨만 집중적으로 다루더라도 괜찮습니다. 대신 완성도를 높이는 리라이팅 단계에서, 기존 갈등 위에 다른 레벨의 갈등을 “레이어”처럼 얹어 이야기를 두껍게 만드는 방식을 추천드립니다.
레벨이 다른 갈등을 의식적으로 쌓아 올리기 시작하면, 장면 하나를 고치는 것만으로도 작품 전체의 긴장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장면 단위에서의 컨플릭트 디자인
많은 분들이 “전체 플롯”을 어떻게 설계할지 고민하지만, 관객이 실제로 체감하는 것은 한 장면, 한 장면에서 발생하는 갈등입니다. 장면 단위의 컨플릭트 디자인은 각 장면에 “누가 무엇을 원하고, 누가 그것을 막으며, 끝에 무엇이 달라지는가”를 명확히 심어 주는 작업입니다.
아래 표는 장면을 설계할 때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는 기준을 정리한 것입니다.
| 장면 요소 | 필수 질문 | 점검 포인트 |
|---|---|---|
| 장면 목표 | 이 장면에서 주인공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 목표가 “대화한다”처럼 추상적이지 않고, 성패를 판단할 수 있는가? |
| 저항 세력 | 누가, 어떤 방식으로 그 목표를 방해하는가? | 저항이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실제로 행위를 통해 드러나는가? |
| 결과 변화 | 이 장면이 끝날 때, 인물의 관계나 상황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가? | 장면을 삭제했을 때, 전체 이야기의 인과가 무너지거나 약해지는가? |
시나리오를 리라이팅할 때는, 각 장면의 첫 페이지에 “이 장면의 갈등은 무엇인가?”라고 직접 적어 보는 작업을 추천드립니다. 막상 써보면 의외로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는 장면이 꽤 많은데, 그런 장면이 바로 정리하거나 통합해야 할 후보입니다. 반대로 질문에 단번에 답이 나오는 장면은 이미 견고한 컨플릭트 디자인을 갖춘 장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화 사례로 보는 갈등 구조 분석
컨플릭트 디자인의 원리를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은 이미 완성된 영화들을 “갈등 구조”의 관점에서 다시 보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구체적인 작품명을 언급하기보다, 자주 볼 수 있는 유형을 중심으로 예시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 드라마 유형 | 갈등 구조 특징 | 감상 시 체크 포인트 |
|---|---|---|
| 성장 서사 | 미성숙한 인물이 일련의 실패와 선택을 통해 변화를 겪는 구조. 내적 갈등이 크게 작동한다. | 각 실패가 주인공의 신념을 어떻게 조금씩 바꾸는지 주목해 본다. |
| 관계 드라마 | 사랑, 가족, 우정 등 관계의 균열과 회복을 다루며, 관계 갈등이 중심축을 이룬다. | 두 인물이 원하는 바가 어떻게 미묘하게 어긋나는지 대사와 행동을 통해 분석해 본다. |
| 사회·장르물 | 사건 해결, 시스템과의 대립이 중심이지만, 그 안에서 인물의 개인적 갈등이 어떻게 녹아 있는지가 관건이다. | 사건의 외적 긴장과 인물의 내적 갈등이 서로 어떤 타이밍으로 교차하는지 살펴본다. |
주의: 작품을 분석할 때, 장면을 그대로 베끼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신 “이 장면에서 인물의 욕망과 장애는 무엇이며, 어떤 선택이 일어났는가”를 문장으로 정리해 보세요. 그러면 겉으로는 다른 장르의 작품이라도, 갈등 설계의 공통된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러 작품을 이런 방식으로 분석해 두면, 나중에 자신이 작업할 때 쓸 수 있는 갈등 패턴의 라이브러리가 자연스럽게 쌓입니다.
시나리오 작업에 쓰는 체크리스트
이제 이론을 실제 작업에 옮겨가기 위해, 초고 작성이나 리라이팅 단계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아래 항목들을 하나씩 점검해 보시면, 현재 작업 중인 시나리오의 갈등 밀도를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 한 문장 갈등 요약“누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 때문에 그것을 얻지 못하는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본다. 이 문장이 막히면 아직 이야기가 출발선에 서지 않은 상태일 수 있다.
- 손실의 크기 설정목표를 이루지 못할 경우 주인공이 잃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 얼마나 큰 대가인지를 구체적으로 적어본다. 잃을 것이 클수록 갈등의 긴장감은 높아진다.
- 갈등 레벨 점검내적·관계·외적·구조적 갈등 중 현재 시나리오에서 어떤 레벨이 비어 있는지 체크해 보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레벨을 추가해 본다.
- 장면 삭제 테스트아무 장면이나 하나 골라 가상의 시나리오에서 삭제해 본 뒤, 핵심 갈등의 흐름에 실제로 영향이 있는지를 점검한다. 영향이 없다면, 갈등을 강화해 살리거나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 좋다.
- 선택의 순간 강조인물이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지점이 충분히 배치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이후 사건과 캐릭터의 변화를 분명히 이끌어내는지 확인한다.
- 절정과 결말의 일치절정에서 폭발하는 갈등이 초반에 설정한 핵심 갈등과 같은 축 위에 있는지 점검한다. 처음 약속한 갈등과 다른 갈등으로 끝나면, 관객은 어딘가 어색함을 느끼게 된다.
위 항목들을 한 번에 완벽하게 채우려 하기보다는, 리라이팅을 거듭하면서 한 항목씩 보완해 나간다는 마음으로 접근하시면 훨씬 부담이 줄어듭니다.
자주 묻는 질문
갈등 중심 드라마는 모든 장르에 필요한가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장르에서 갈등 설계는 필수에 가깝습니다. 코미디나 로맨스처럼 가벼워 보이는 장르일수록 사실 갈등 구조가 더 섬세하게 설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장르에 따라 전면에 내세우는 갈등의 레벨과 intensity가 달라질 뿐입니다.
캐릭터 중심 이야기와 갈등 중심 드라마는 다른 개념인가요?
캐릭터 중심 이야기는 인물의 내면과 변화를 더 깊이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갈등 중심 드라마는 욕망과 장애의 충돌 구조에 초점을 둡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두 개념이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고, 입체적인 캐릭터일수록 더 풍부한 갈등 설계가 가능해집니다.
초고 단계부터 갈등을 완벽하게 설계해야 할까요?
처음부터 완벽한 컨플릭트 디자인을 갖추려 하면 오히려 글이 막히기 쉽습니다. 초고에서는 인물과 세계를 탐색한다는 느낌으로 자유롭게 써 보시고, 리라이팅 단계에서 갈등 축을 정리하고 강화하는 쪽을 권장합니다.
갈등이 너무 많아 산만해 보인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갈등의 개수보다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입니다. 핵심 갈등을 하나 정하고, 나머지는 그 핵심을 보조하는 방향으로 재정렬해야 합니다. 서로 다른 갈등이 동시에 경쟁하고 있다면, 일부는 과감하게 삭제하거나 통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상적인 이야기에서도 강한 갈등을 만들 수 있을까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학생과 부모, 동료 사이의 미묘한 말 한마디도 인물의 욕망과 두려움이 얽혀 있다면 강력한 갈등이 될 수 있습니다. 사건의 크기보다 인물이 느끼는 위기의 크기, 잃을 수 있는 것의 크기가 더 중요합니다.
컨플릭트 디자인을 혼자 연습할 때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인물들의 욕망과 장애를 장면별로 정리해 보는 연습을 추천합니다. 그 후 같은 갈등 구조를 다른 설정에 옮겨보며 변형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자신만의 갈등 설계 감각이 빠르게 축적됩니다.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컨플릭트 디자인, 갈등 중심 영화 드라마의 구축 원리를 개념부터 실전 체크리스트까지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갈등이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 때문에 자칫 “극적인 사건”만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인물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충돌까지 모두 컨플릭트의 일부입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크게 싸우느냐가 아니라, 인물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그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입니다.
혹시 지금 작업 중인 시나리오나 구상 중인 이야기 아이디어가 있다면, 오늘 정리한 질문들을 하나씩 적용해 보세요. 한 장면, 한 캐릭터만 다시 설계해 보더라도 전체 드라마의 힘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도 갈등 설계나 서사 구조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 나누고 싶다면, 댓글로 고민 중인 작품이나 장면을 간단히 공유해 주세요. 함께 구조를 뜯어보고 조언을 더해 보겠습니다.
관련된 사이트 링크
갈등 중심 드라마와 시나리오 이론을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면, 아래와 같은 자료들도 함께 참고해 보시면 좋습니다.
- Dramatica Story Theory 공식 사이트 (영문) 서사 구조와 갈등 축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이론을 제공하는 사이트로, 이야기의 구조를 수학적으로 접근해 보고 싶은 분께 추천합니다.
- 영화진흥위원회 한국 영화 산업 및 교육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각종 보고서와 교육 프로그램 정보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 Raindance Film School Script Tips (영문) 독립 영화 중심의 교육 기관으로, 시나리오와 드라마 구조에 대한 실용적인 칼럼과 팁을 제공합니다.
태그 정리
컨플릭트 디자인, 영화 시나리오, 갈등 구조, 드라마 구축, 서사 구조, 시나리오 쓰기, 영화 이론, 캐릭터 설계, 극적 긴장, 스토리텔링